ETF 적립식 투자가 무조건 유리할까? 수익률보다 중요한 매수 규칙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정말일까

ETF 매수 타이밍을 고민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은 “적립식으로 나눠 사라”는 것입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사면 평균 매입단가 부담을 줄이고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많은 재테크 콘텐츠가 이걸 당연한 진리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2010년 한국증권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은 이 통념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최혁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현 명예교수)와 반주일 연구자가 공동으로 발표한 「적립식 투자전략이 투자성과를 개선하는가?」는, 1998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약 11년간의 주식형·해외주식형·커머더티 인덱스형 펀드 데이터를 이용해 세 가지 투자방식의 성과를 비교했습니다.

논문이 비교한 세 가지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거치식(LS): 목돈을 투자 시작 시점에 한 번에 투자
  • 적립식(DCA): 매월 일정 금액씩 나눠 투자
  • 위험조정 매입후보유(BH):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되, 적립식과 기대수익률이 같아지도록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절반으로 낮춘 비교전략

실증분석에서 거치식은 적립식보다 수익률도 위험도 모두 높게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거치식과 적립식만 놓고 보면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더 높은 기대수익을 추구하는 대신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거치식과, 기대수익과 위험이 함께 낮아지는 적립식의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적립식과 기대수익률을 같게 맞춘 매입후보유 전략은 사후 위험이 더 낮아, 평균-분산 기준에서는 적립식을 앞섰습니다.

논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적립식의 평균매입단가가 역사적 평균가격보다 낮게 나타나는 ‘비용절감효과’ 자체는 수학적으로는 맞지만, 그 비교 대상인 역사적 평균가격은 실제로 실행 가능한 투자전략의 원가가 아니므로 경제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적립식 상품을 홍보할 때 수익률 개선이나 위험 감소 같은 계량적 장점을 근거 없이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감독당국도 이런 주장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강한 비판도 남겼습니다.

이 논문이 2010년에 나왔다고 해서 문제의식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2020년 European Journal of Operational Research에 실린 후속 연구는 DCA를 수학적으로 다시 분석하고 S&P 500의 1954~2019년 자료를 검토하면서, 투자 빈도에 따라 위험과 위험·수익 관계가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또 Vanguard가 2023년 여러 시장의 역사자료와 시뮬레이션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이미 투자할 목돈이 있는 경우 일시투자가 일반적인 분할투자보다 약 3분의 2의 경우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다만 후속 연구들도 모든 시장과 모든 투자자에게 한 가지 방식이 항상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적립식 투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요? 2010년 연구가 직접 보여준 것은 적립식이 자동으로 수익률을 높이거나 위험을 낮춰주는 우월한 투자전략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 투자에서는 적립식이 매수 결정을 규칙화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앞선 논문이 실증적으로 입증한 수익률·위험상의 장점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완벽한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왜 비현실적인가

“언제 사는 게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최선의 타이밍은 언제나 저점 매수이고, 최악은 고점 매수입니다. 문제는 그 저점을 미리 알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매달 저점을 미리 알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시장의 저점은 지나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고, 그것도 매달 반복해서 맞혀야 한다면 사실상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닙니다. 따라서 투자자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완벽한 저점을 찾는 일이 아니라, 언제 어떤 규칙으로 자금을 투입할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즉 “언제 살까”에 쏟는 고민의 상당 부분은 투입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꾸준히 살 것인가”는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적립식은 왜 여전히 쓰일까: 투자 결정을 규칙화하는 방법

적립식 투자는 수익률을 자동으로 높이는 전략이라기보다, 투자 결정을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하기 쉬운 방식이라는 데 실용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은 시장이 오르면 낙관적으로 변해 더 사고 싶어지고, 시장이 떨어지면 두려워져 매수를 미루거나 중단하고 싶어집니다.

시장이 오르거나 떨어질 때마다 납입액을 임의로 바꾸거나 매수를 중단하면, 정해진 규칙에 따라 투자한다는 적립식의 장점은 약해집니다. 적립식은 원래 “타이밍을 맞히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정해진 규칙대로 사는 방법”인데, 시장 상황에 따라 납입을 임의로 늘리거나 중단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마켓타이밍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적립식의 실용적인 가치는 “시장이 무섭거나 신날 때도 미리 정한 투자 규칙을 지키기 쉽게 해주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적립식”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적립식(DCA)’이라는 말은 성격이 다른 두 상황에 함께 쓰입니다.

월급 적립식과 목돈 분할매수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DCA 상황을 비교하는 개념도
  • 월급 적립식: 매달 새로 생기는 소득(월급 등)을 그때그때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받지 않은 미래 소득을 오늘 한 번에 투자할 수는 없으므로, 거치식과의 비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 목돈 분할매수: 이미 가지고 있는 목돈을 일부러 몇 달에 걸쳐 나눠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아직 투자하지 않은 자금은 그 기간 동안 현금으로 시장 밖에서 대기합니다.

앞서 소개한 2010년 논문에서 비교하는 것도 두 번째 상황, 즉 이미 있는 목돈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월급처럼 앞으로 생길 돈을 매달 투자하는 습관과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수 방식 비교: 거치식과 분할매수

방식 정의 장점 주의점
거치식(Lump Sum) 현재 가진 목돈을 한 번에 투자 자금이 처음부터 시장에 전액 투자돼, 상승장이 이어질 때 그 수익을 더 많이 누릴 수 있음 매수 직후 급락하면 전액이 하락에 그대로 노출됨(심리적 부담도 큼)
분할매수(DCA) 목돈을 정해진 금액으로 나눠 여러 시점에 투자 한 시점에 목돈 전액을 투자하는 부담을 나누고, 규칙을 지키기 쉬움 상승장이 계속되면 아직 투자하지 않은 현금 때문에 거치식보다 수익이 낮아질 수 있음

여기서 매입후보유(Buy & Hold)는 이 표와 같은 차원의 개념이 아닙니다. Buy & Hold는 ‘언제, 어떻게 나눠 사느냐’가 아니라 ‘산 뒤 얼마나 매매하지 않고 보유하느냐’에 관한 개념입니다. 쉽게 말하면, 한 번 산 뒤 자주 사고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목돈을 한 번에 매수하고 10년간 팔지 않는다면, 이는 거치식이면서 동시에 Buy & Hold이기도 합니다. 다만 앞서 소개한 논문에서 말하는 BH(Buy & Hold)는 일반적인 Buy & Hold를 그대로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적립식과 기대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절반으로 낮춘 별도의 비교전략입니다.

기대수익과 한 번에 투자했을 때의 시점 부담 사이에는 상충관계가 있습니다. 이미 투자 가능한 목돈이 있다면,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전제에서는 자금을 더 빨리 시장에 노출시키는 거치식이 기대수익 면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Vanguard의 2023년 연구에서도 일시투자가 일반적인 분할투자보다 더 높은 결과를 낸 경우가 약 3분의 2였습니다. 반면 매수 직후 큰 하락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투자 계획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면, 몇 달에 걸쳐 나눠 넣는 분할매수가 실제로 지키기에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수학적 기대성과와는 별개로, 그 전략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분할매수가 줄이는 위험, 줄이지 못하는 위험

분할매수가 줄여주는 위험과 줄이지 못하는 위험을 구분해 보여주는 개념도

분할매수를 고려할 때는 그것이 무엇을 줄여주고 무엇을 줄여주지 못하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할매수가 줄여줄 수 있는 것

  • 한 시점에 목돈 전액을 투자했을 때의 매수시점 부담
  • 매수 직후 급락에 대한 심리적 후회
  • 사전에 정한 매수 규칙을 따를 경우, 감정적으로 매수 시점을 바꾸려는 충동

분할매수가 자동으로 줄여주지 않는 것

  • 투자자산 자체의 시장위험
  • 원금손실 가능성
  • 고평가된 자산의 밸류에이션 위험
  • 애초에 잘못 고른 상품의 위험

분할매수는 목돈 전액을 한 시점에 투자하는 부담을 여러 매수 시점으로 나눌 수 있지만, 투자자산 자체의 시장위험을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분할매수는 나쁜 자산을 좋은 투자로 바꿔주지 않습니다.

지금 코스피가 많이 올랐는데, 들어가도 될까

실전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을 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가 최근 1년 사이 크게 오른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이미 많이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도 되나”라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이 질문에 대한 실전적인 답은 이렇습니다.

  • 거치식(한 번에 목돈 투입): 단기 조정이 온다면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 분할매수: 시장대표지수처럼 장기 투자 전제가 유지되는 자산이라면, 나눠 사는 기간 중 조정이 올 경우 더 낮은 가격에 추가 매수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매수 방식이 가격의 적정성을 대신 판단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분할매수는 고평가된 자산을 좋은 투자로 바꿔주는 마법이 아닙니다. 무엇을 사는지, 어떤 가격에 사는지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결국 “지금 많이 오른 시장에 들어가도 되는가”는 현재 가격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와, 거치식·분할매수 중 어떤 방식으로 그 위험을 감당할지를 함께 판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초보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

  • 적립식의 평균매입단가가 낮아 보인다는 사실과, 적립식의 투자수익률이 더 높다는 주장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 2010년 국내 펀드 연구에서는 거치식이 적립식보다 수익률과 위험이 모두 높았습니다. 두 방식 사이에 절대적인 우열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적립식과 기대수익률을 맞춘 매입후보유 전략은 더 낮은 위험으로 평균-분산 기준에서 적립식을 앞섰습니다.
  • 이후 연구에서도 DCA와 거치식의 관계가 계속 분석됐습니다. 목돈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는 자금을 빨리 시장에 투입하는 쪽이 기대수익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투자 빈도·시장 환경·위험을 평가하는 방식과 투자자의 손실회피 성향에 따라 결과와 실제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적립식이 수익률이나 위험 측면에서 자동으로 더 나은 전략이라는 주장과, 실제 투자자가 매수 규칙을 정해두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실용적 의미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월급에서 매달 투자하는 적립식과, 이미 가지고 있는 목돈을 일부러 나눠 투자하는 분할매수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 분할매수는 목돈을 한 시점에 모두 투자하는 부담을 나누는 방법이지, 비싼 자산이나 나쁜 상품을 좋은 투자로 바꿔주는 방법은 아닙니다.

주요 참고 자료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투자 책임 고지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