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를 많이 담으면 분산투자일까? 개인투자자 데이터가 보여준 포트폴리오의 함정

2024년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인투자자 13만 6천여 명을 분석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개인투자자 13만 6천여 명의 2020년 1월~10월 실제 증권 보유·거래 자료를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ETF 투자자의 전체 포트폴리오와, 여기서 ETF를 제외한 주식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월간 수익률과 위험을 감안한 성과지표 모두 ETF를 제외했을 때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ETF 보유·거래가 개인투자자의 실제 투자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ETF를 사면 수익률이 나빠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를 더 들여다보면, 이 부정적 영향은 주로 인버스 ETF에서 비롯됐습니다. 인버스 ETF의 보유 비중이나 거래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과 샤프비율이 낮아졌습니다. 반대로 인버스를 제외한 여러 ETF 유형에서는 보유 비중이 높을수록 샤프비율이 개선되는 결과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가 ETF의 분산투자 효과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ETF 보유는 포트폴리오 위험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도 보였지만, 분석 기간 동안 인버스 ETF에서 발생한 수익률 악화가 그 효과를 압도했다고 연구는 설명합니다.

연구가 본 것은 ‘ETF 개수’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 연구는 “ETF를 몇 개 보유하고 있는가”와 수익률의 관계를 분석한 것이 아닙니다. 연구가 실제로 들여다본 것은 ETF 보유 비중, ETF 유형, 그리고 거래회전율입니다. 거래회전율은 쉽게 말해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자주 사고팔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보유 자산을 그만큼 자주 교체·매매했다는 뜻입니다.

즉 이번 연구의 메시지는 “ETF를 여러 개 가지면 나쁘다”가 아니라, “어떤 ETF를 어떤 비중으로 담고 얼마나 자주 거래했는지가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하게 부정적이었던 것은 인버스 ETF의 높은 보유 비중과 잦은 매매였습니다. 이 표본에서는 상승기에 인버스 ETF, 하락기에 레버리지 ETF 선택이 성과를 끌어내리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가 직접 보여준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ETF를 몇 개 갖고 있느냐보다, 그 ETF들이 실제로 어떤 위험에 얼마나 겹쳐 노출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서로 다른 ETF 3개가 한국 주식시장이라는 공통 위험요인에 겹쳐 노출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개념도

포트폴리오란 무엇인가

포트폴리오는 말 그대로 투자자가 보유한 자산의 조합입니다. 하지만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면 단순히 여러 상품을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고, 투자 목적에 맞게 각 자산의 역할과 포트폴리오 비중을 의도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ETF가 10개 있어도 역할이 서로 겹치면 복잡하기만 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고, 2~3개만 있어도 각각의 역할과 비중이 명확하면 충분히 잘 설계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 목적은 투자자마다 다릅니다. 자산을 장기적으로 불리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고, 특정 시점(은퇴, 주택 구매 등)에 맞춰 자금을 준비하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으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목적에 따라 어떤 자산에 어떤 역할(성장, 방어, 현금흐름 등)을 맡길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분산투자와 포트폴리오는 같은 말이 아니다

많은 초보 투자자들이 “ETF를 여러 개 담으면 분산투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흔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조합을 생각해봅시다.

  • 코스피200 ETF
  • 코스피 대표 우량주 ETF
  • 코스피 배당주 ETF

세 상품은 구성종목이나 가중방식, 업종 비중, 변동성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 완전히 같은 상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셋 다 한국 주식시장·원화·국내 경기라는 공통 위험요인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ETF는 3개지만, 상품 개수만큼 분산 효과가 커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시장 전체가 크게 하락하면, 이 세 ETF는 동시에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분산은 ETF 이름을 여러 개 갖는 것이 아니라, 같은 악재에 모두 동시에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투자 대상과 위험요인을 나누는 것입니다. 지수 자체가 특정 종목에 쏠릴 수 있다는 점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여러 개 담아도 그 지수들이 비슷한 자산(예: 한국 대형주 중심)에 겹쳐 있다면 분산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작습니다.

ETF 개수와 분산 수준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ETF 여러 개의 구성종목이 겹치면 실제 종목 노출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품 이름이 다르다고 위험까지 자동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A ETF에 특정 종목이 25%, B ETF에 20%, C ETF에 15% 들어 있다면, 이 세 ETF를 모두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종목에 대한 위험이 세 갈래로 분산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해당 종목에 대한 실제 노출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전 세계 주식을 담는 광범위 ETF 하나는 수천 개 기업에 분산돼 있을 수 있는 반면, AI·반도체·나스닥 테마 ETF를 여러 개 담으면 결국 몇몇 대형 기술주에 중복 노출이 크게 생길 수도 있습니다. ETF 1개가 ETF 10개보다 더 넓게 분산돼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은 자산군인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통 위험요인이 얼마나 겹치는가”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입니다. 같은 국내 주식이라도 업종·스타일·기업 규모가 다르면 일부 분산 효과는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서로 다른 ETF라도 같은 국가·산업·통화에 함께 노출돼 있으면 공통 위험이 그대로 남습니다.

전 세계 주식 ETF 1개와 테마 ETF 10개의 실제 분산 수준을 비교하는 인포그래픽

상관관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두 자산이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상관관계라고 합니다. 분산 효과가 생기려면 자산들이 반드시 정반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방향으로 거의 똑같이 움직이는 자산만 여러 개 보유하면, 상품 수는 늘어도 분산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반대로 국내 주식과 미국 채권처럼 서로 다른 위험요인을 가진 자산을 섞으면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정도가 낮아질 수 있어, 더 뚜렷한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조합도 환율이나 금리, 시장 국면에 따라 상관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함께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ETF를 추가하기 전에 던져야 할 질문

새로운 ETF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기 전,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ETF는 지금 가지고 있는 ETF들과 어떤 리스크가 다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그 ETF는 숫자만 늘릴 뿐 추가 분산 효과가 생각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 항목을 함께 점검해보세요.

  • 이 ETF는 무엇에 투자하는가
  • 기존 ETF와 구성종목이 얼마나 겹치는가
  • 국가·산업·통화 같은 위험요인이 얼마나 겹치는가
  • 추가 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이 ETF는 어떤 역할과 비중을 갖게 되는가

분산은 상품 개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포트폴리오가 한 가지 위험요인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노출을 나누는 일입니다. 이런 원칙을 실제 자산 배분으로 옮기는 방법은 ETF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ETF 몇 개 정도 담는 게 적당한가요?
A. 절대적인 개수 기준은 없습니다. 구성에 따라 2~3개만으로도 충분히 넓은 분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주식 ETF 1개만으로도 수천 종목에 분산될 수 있는 반면, 테마 ETF를 여러 개 담아도 몇몇 대형주에 중복 노출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라 각 ETF가 서로 다른 역할과 위험을 담당하고 있는지입니다.

Q.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ETF를 같이 담으면 분산이 되나요?
A. 구성기업과 스타일이 달라 일부 분산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둘 다 한국 주식·원화·국내 경기라는 공통 위험에 노출돼 있어, 국가 차원의 위험은 그대로 공유합니다. 국가·자산군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는 조합(예: 국내 주식 + 해외 채권)이 더 뚜렷하게 서로 다른 위험요인을 섞는 방법입니다.

주요 참고 자료

본문에서 소개한 연구 결과는 2020년 1월~10월이라는 특정 기간, 특정 표본을 기준으로 한 분석입니다.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글은 특정 상품이나 전략을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투자 책임 고지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